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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행복했고 행복할 땐 행복한 줄 모른다는 사실을 행복하지 않은 뒤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후 영원히 행복하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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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쿡은 도시는 형성되는 것이지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며 아키그램의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는 페이퍼 아키텍처에 불과한 것은 애초에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며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도면과 구상을 거듭한 것은 실현의 폭력성과 무의미함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칼싸움이었다고,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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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물음은 정직한가와 즐거운가이다. 그러나 늘 즐거울 순 없고 그것은 어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늘 정직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불행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진실함은 진실함이 아니라 진실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이성복은 말했다. 그는 또 허구로서의 진실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보호하고 삶을 기획하게 한다고도 말했다. 시험 때 만화를 보면 더 괴롭다. 그럼 공부할 수밖에 없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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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가 나눈 이야기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소설(가)에 대해서. 시(인)에 대해서. 평론가들에 대해서. (중략)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새벽의 술자리에 대해서 ..... 모르겠다. 필요하면 이야기는 지어내면 되고 지어낸 이야기는 나누면 된다. 그것이 이야기가 기억이 되는 방식이다.
(해설/ 금정연, 녹번동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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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좀더 심플한데, 그 이야기 속에서 후장사실주의는 어느 날 오후 정지돈과 오한기가 통화를 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탄생한다. 계시도 없고 기적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곳에는 순간이 있을 뿐이며 그것은 (아직)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혹은, "마치 우리가 거울에 코를 대고 있는 것처럼, 우리와 딱 붙어 있"*어서 그것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 볼 수 없다.)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해설/ 금정연, 녹번동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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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직업으로서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괜찮다. 플롯을 짜고 캐릭터를 만들고 구체화와 형상화를 거듭해 의미를 만들고, 의미를 해체해도 괜찮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려는 게 아니라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러지 않는 게 좋다. 작가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삶을 써라. 대화를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라. 그것뿐이다."라는 당선 소감으로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해설/ 금정연, 녹번동에서 中)
예술도 건축도 후장사실주의 같은 것도 잘 모르고, 기초 상식도 없는 데다 이름 외우는 데도 서툴어서 너무 어려웠다. 문장이 굉장히 길지만 문체가 되게 깔끔해서 좋게 느껴졌는데 나한테는 어려워서인지 나랑은 맞지 않는 건지 읽는 속도도 굉장히 더뎠고 몇 장 읽다 보면 스르르 잠이 오고 그랬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상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랑은 맞지 않는 소설이었나. 위에 적어 놓은 문장들도 제대로 이해는 안 되는데 왠지 적어두고 싶은 것들이었다. 그것도 참 이상하지. 이해도 못 했으면서 왜 마음에 들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지 싶다. 사람도 그러니까. 이해는 안 되는데 마음이 가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들진 않아도 이해는 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지적 소설이라고 하나보다. 사실과 허구의 결합. 나로서는 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잘 모르겠더라.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꼭 한 자리에서 한번에 읽어봐야지. 그러면 조금 더 이해가 되겠지..?
아무튼.. 어떻게 작가 노트와 해설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쩌면 문학을 이해하면서 읽으려는 태도 자체가 틀린 걸까.
이 책(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총 일곱 개의 작품이 있으니까 이제 1/7 읽었다. (2주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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